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주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3년여 만에 최고점을 찍으면서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 턱밑까지 오른 가운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6%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4월 기준 신규 취급액 코픽스가 전달(1.72%)보다 0.12%포인트 오른 1.84%로 집계됐다고 16일 공시했다. 2019년 5월(1.85%) 후 최고치다. 인상폭도 전월(0.02%포인트)보다 0.1%포인트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로 올리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최대 0.4%포인트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각각 0.08%포인트, 0.05%포인트 오른 1.58%와 1.22%를 기록했다.
코픽스 상승 여파로 17일부터 시중은행의 주요 대출금리도 일제히 인상된다. 연 3.42~5.11% 수준이던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5.23%까지 오르게 됐다.
국내 가계부채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탓에 시장금리에 민감하다. 신규 취급액 기준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0.5%에 달했다.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던 2020년(63.8%)과 비교해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 시행 2년 경과에 따른 전셋값 급등에 주식시장마저 침체에 빠지면 가계부채가 국내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주요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작년 말 기준 가계의 변동금리 대출 총액은 597조5000억원에 달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이 337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혼합형 주담대(146조3000억원), 변동금리 가계신용대출(113조8000억원) 순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저금리 기조가 절정이었던 2020년 초반만 해도 연 1~2%대 금리의 은행 대출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불과 2년여 만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린 가계대출의 36.1%는 금리가 연 4% 이상이었다. 지난해 12월 말(18.3%)과 비교해 약 두 배로 급증했다. 금리가 연 5%를 웃도는 가계대출도 9.4%로 지난해 말(6.7%)보다 늘었다. 2년 만에 가계대출 금리가 연 1~2%에서 연 3~4%로 뛴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연 4~5% 금리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 부담도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이자 부담은 평균 16만4000원 늘어난다. 1%포인트 상승하면 연이자 부담액은 65만5000원까지 증가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이날 연 4~6.37%까지 올랐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이상 더 올릴 경우 연내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6%, 고정금리는 연 7%를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인혁/김보형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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