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은 해체와 설치에만 각각 2개월, 6개월이 걸리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핵심 장비다. 철거에 따른 파급력이 큰 것도 이런 특수성 때문이다. 현재 둔촌주공 현장에는 전국 단일 사업장으로는 가장 많은 57개가 설치돼 있다. 시공단은 공사 중단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타워크레인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단 관계자는 “대당 월평균 2500만원인 타워크레인 임차료, 유치권 용역비, 전기료 등 사업지 유지 비용만 한 달에 200억원이 들어가고 있다”며 “장비를 빌려준 업체도 임대료보다 운영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철거를 원하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타워크레인 철거가 시공사의 가장 강력한 실력 행사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현 조합 집행부와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합 측은 사전에 타워크레인 철거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은 바 없고 협상을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협상 타결이 양측 모두에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시의 중재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중단 후 한 달 이상이 지났지만 조합과 시공단은 단 한 차례도 협상에 임하지 않을 정도로 상호 간 신뢰가 붕괴된 상태다. 조합 측은 서울시의 중재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서울시는 “중재안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양측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협상의 핵심은 증액계약서 인정 여부다. 2020년 6월 전임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은 설계 변경 등에 따라 공사비를 기존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약 56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현 조합 집행부는 절차상 이 증액계약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는 “전임 조합과 맺은 증액계약서는 절차상 문제가 많고 시공단에만 유리하다”며 “계약서 재작성을 위해 서울시의 중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공단은 조합이 증액계약서를 인정하지 못하면 공사를 재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기존 증액계약서를 근거로 공정률 52%까지 공사했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공사 계약 변경이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았던 만큼 다시 계약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에선 타워크레인 철거까지 이뤄지면 공사 중단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공단은 이와 별도로 오는 8월 만기가 도래하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의 사업비 대출 7000억원에 대한 보증 연장에 대해선 대주단의 결정에 따르되 조합이 갚지 않으면 변제 후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조합은 2017년 시공단 연대보증으로 농협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7000억원의 사업비 대출을 받은 상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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