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 2.4% 수준이던 신용등급 AA- 기업의 회사채(3년 만기) 발행금리가 최근 연 3.8%대로 뛰었다. 가파른 금리 상승 여파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금액은 5조1600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9조7480억원)의 53% 수준에 그쳤다. 우량 기업조차 회사채 발행에 애를 먹고 있다. 포스코그룹 계열의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는 지난달 18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5.66% 금리로 발행했다. A+ 등급으로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다. NS홈쇼핑(신용등급 A)은 홈쇼핑업체 중 처음으로 모집금액을 못 채웠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제주항공은 연 7~12%대 고금리로 자금 조달에 나서야 했다. 아주산업처럼 채권 발행을 미루거나 단기 자금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에 의존하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금리 상승발(發) 자금시장 경색이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문제다. 두 달 연속 8%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맞닥뜨린 미국 중앙은행의 빅스텝 행보는 이미 굳어졌고, 한국은행도 동참할 태세다. 국내 기업들이 1분기까지는 호실적을 내며 잘 버텼지만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3중고의 후유증이 본격화할 하반기에는 실적을 장담하기 힘들다. 금리 상승과 기업 실적 악화 우려로 주식시장이 짓눌려 있는 만큼 기업공개(IPO) 등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도 사실상 막혀 있다. 작년 말 18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발 소비 위축도 기업들엔 부담이다.
시장을 통한 유동성 확보 통로가 끊기면 부채비율이 높고 신용등급이 약한 기업부터 쓰러지게 된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앞다퉈 자금 회수에 나서면 무더기 도산 사태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이상 징후를 주시하면서 단계별 위기대응 방안을 짜야 한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같은 비상대책도 세워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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