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전까지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의 집에서 세살이를 하는 게 보통이다. 주택 임대차 계약은 크게 전세(傳貰)와 월세(月貰)로 나눈다. 전세는 주인에게 두둑한 목돈(전세금)을 맡기고 집을 빌려 쓰다가 계약기간(통상 2년)이 끝나면 전세금을 100% 돌려받고 나간다. 월세는 대가를 다달이 지급하지만 그 대신 보증금이 전세보다 훨씬 적다.
외국에서 월세 방식이 보편적인 것과 달리 한국에선 유독 전세 제도가 발달했다. 제도권 금융이 취약했던 고도성장기에 집주인에겐 자금을 융통하는 수단으로, 세입자에겐 주거 안정을 누리면서 저축할 시간을 버는 경로로 활용돼왔다.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서울지역 임대차 계약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4월 월세 계약 비율은 51.6%로 집계됐다. 이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월세 비율이 50%를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41.0%, 2020년 41.7%, 2021년 46.0%로 뛰었는데 최근 상승폭이 더 커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이 부족해진 데다 금리 인상, 분양가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직방 측은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지면서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무거워진 보유세 부담을 월세를 받아 충당하려는 임대인 수요도 맞물려 월세 거래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주로 월세로 계약하는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의 공급이 늘어난 점 역시 월세 비중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7~2021년 전국에 준공된 새집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은 33.5%였지만 서울에서는 이 비중이 61.8%에 달했다.
몇 년 새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정부가 대출까지 조이면서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젊은 층의 수요가 월세 쪽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월세는 전세에 비해 임대인이 가격을 더 쉽게 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월세 비중 급등이 무주택 서민의 부담을 무겁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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