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와 부동산중개, 공존 가능할까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입력 2022-05-19 09:48   수정 2022-05-19 09:52


프롭테크 업계와 공인중개업계가 정부의 중재 속에 상생 방안을 모색한다고 합니다. 4차산업혁명 기술과 접목한 부동산 서비스 및 관련 기업을 의미하는 프롭테크는 성장 기대감이 큰 분야입니다. 전국 공인중개는 10만개(2019년 통계청 기준)가 넘고 종사자 수도 15만명에 달합니다. 부동산서비스산업의 두 업계가 상생 속에 어떤 시너지는 낼지 관심이 쏠립니다.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부딪칠 때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 1865년 만들어진 영국의 '적기조례(Red Flag Act)·붉은 깃발법)'입니다.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지만 규제 악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됩니다.

영국은 자동차 실용화에 성공해 시속 30㎞로 달릴 수 있는 증기 자동차를 개발합니다. 증기 자동차 등장은 마차산업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증기기관에서 뿜어내는 수증기가 공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증기 자동차 개발로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적기조례입니다. 자동차 최고 속도를 시가지에서는 3㎞, 교외에서 시속 6㎞로 제한했습니다. 또 1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자, 기관원, 기수 등 세 사람이 동승해야 했습니다. 기수는 붉은 깃발(낮)이나 붉은 등(밤)을 들고 마차를 운전하면서 자동차를 이끌었습니다. 법적으로 자동차를 마차보다 느리게 운행하도록 규제해 신사업의 개발과 구매 의욕을 꺾어 버린 겁니다. 그동안 독일과 미국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하고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부동산 서비스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 학계가 참여하는 ‘부동산서비스 협의체’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날 협의체에 직방, 네이버, 디스코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모바일과 앱을 통해 시세 매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 등 기존 부동산 서비스 제공업계는 이들 업체의 서비스와 활동을 ‘골목상권 침탈’이라고 반발해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국토부는 협의체를 통해 기술 변화와 시장 전망 등을 업계와 공유하고, 프롭테크 업계와 기존사업자가 상생·협력할 수 있는 정책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협의체를 동반성장 분과와 상생 조정 분과로 나누고 상생 조정 분과 아래 감정평가 소분과와 중개 소분과를 운영하기로 했다네요.

적기조례는 먼 과거 영국의 사례로 그쳤으면 합니다. 정부는 공인중개 감정평가 등 기존 산업 종사자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고, 신산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두 업계가 상생해서 국민에게 보다 나은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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