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연동제 조정폭 늘려달라"…위기의 한전, 정부에 'SOS'

입력 2022-05-18 17:13   수정 2022-05-19 01:52


올해 1분기에만 7조78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결정 방식을 바꿔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한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현재 ㎾h당 ‘분기 기준 ±3원, 연간 기준 ±5원’인 연료비 연동제 조정폭을 ‘분기 기준 ±5원, 연간 기준 ±10원’으로 확대하고,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유보할 수 없도록 전기요금 약관을 고쳐달라고 요청했다. 전례없는 경영난에 빠진 한전이 적자 축소를 위해 정부에 ‘SOS’를 친 것이다. 산업부는 한전 요구를 검토 중이다.
“연료비 조정폭 확대해달라”
한전이 이번에 연료비 연동제 조정폭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한 건 국제 에너지값 폭등으로 한전의 손실이 너무 커지고 있어서다. 한전은 올 1분기에만 ㎾h당 33원의 연료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데, 분기 기준 ±3원, 연간 기준 ±5원으로 제한된 조정폭으론 연료비 인상 충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전이 산업부에 건의한 조정폭 확대안도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변동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도입됐다. 한전은 이에 따라 분기별로 연료비를 반영한 조정단가를 산정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물가 안정, 국민 부담 등을 이유로 연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지킨 적이 거의 없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도 한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고,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합리적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가격 개입이 문제
한전은 또 연료비 연동제가 유명무실화하는 걸 막기 위해 정부가 임의로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할 수 있는 조항도 삭제해달라고 산업부에 요청했다. 현행 전기요금약관의 ‘연료비 조정요금 운영지침’ 2조4항에는 ‘국제 연료가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 산업부 장관이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을 일시 유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작년 2분기와 3분기 그리고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할 때 드는 비용(전력구매비)이 늘어도 전기요금을 거의 올리지 못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빠졌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인 기후환경요금을 1년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달라고도 건의했다. 정부는 작년 12월 “기후환경요금을 4월부터 ㎾h당 2원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뒤 이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후 기후비용 증가분을 어떻게 전기요금에 반영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 비용 등 기후환경요금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한전은 기후환경요금을 1년마다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란 입장이다.
긴급 자구책 내는 한전
한전은 최악의 경우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가 예상되자 고강도 자구책도 추진하고 있다. 발전 자회사를 비롯한 보유 지분을 매물로 내놓고, 보유 부동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의 가격 개입을 없애고, 연료비를 반영해 전기요금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란 게 에너지업계의 중론이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전기료 인상을 억제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며 “지금은 전기료를 현실화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훈/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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