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과학계가 손을 잡았다. 올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AIST·포스텍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서울대·전남대·경북대 의대 등 의료계가 모여 민관협의체까지 만들었다. 의사과학자가 되겠다고 지망하는 의대생이 없는 현실에서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도 3년 전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내놓으면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을 제시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이 중 일부를 의사과학자로 키우겠다고 했다.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는 미국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매년 1조원을 투입해 의대생, 전공의 등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의대생들의 정원 확대 반대가 거세다. 개원가도 마찬가지다. 한 해 3000명 안팎인 의대 정원이 늘면 잠재적 경쟁자가 많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낮은 의료 수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동네 병의원 입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논란은 편법적인 의대 신설 아니냐는 점이다. KAIST 의대나 포스텍 의대를 나온 의사가 환자 진료를 하겠다고 나서면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의사 면허가 있는데 진료를 막을 방법은 없다. 더군다나 이들이 연구기관 또는 바이오 기업에서 연구개발(R&D)만 하도록 강제하기도 어렵다. 정부 예산까지 투입해 인재로 키웠더라도 직업의 자유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자칫 ‘진료 의사’만 양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도 의사과학자 육성을 시장에 맡겨두면 어떨까. 병원은 영리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의료법만 고쳐도 당장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대학병원들이 교수 창업을 지원하고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게 된다면 환자 진료로 돈벌이하는 관행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300곳 가까운 의사 창업이 이뤄진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한국에서도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메이요클리닉은 의료진의 연구개발 성과물을 기술이전해 1조원 넘는 수익을 거뒀다. 그만큼 바이오 생태계를 떠받치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의사과학자 1000명 양성’ 같은 구호만으로는 K바이오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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