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8일. 테슬라엔 역사적인 날입니다. 이날 ‘테슬라모터스’라는 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합니다. 최근엔 리비안, 루시드, 니오 등 전기차 신규 주자들이 많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 분야는 대중들에게 매우 생소했습니다.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영화 아이언맨(2008년)의 실제 모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야심 찬 자동차 벤처로 인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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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2억2000만달러(약 2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성공리에 IPO를 마칩니다. 주당 17달러(5대1 주식분할 전 가격)로 상장한 지 하루 만에 40% 폭등했습니다. 그러나 이 신생 전기차 업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매드머니’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테슬라가 현재까지 2억9000만달러(약 37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머스크는 “뭐, 우리 회사가 베어스턴스(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투자은행)는 아니니까요”라고 맞받아칩니다(에드워드 니더마이어 《루디크러스》). 테슬라와 월가, 그 ‘불편한 관계’의 서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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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봉엔 헤지펀드 키니 코스의 창업자인 짐 차노스가 있었습니다. 그는 2001년 엔론 몰락을 예견하고 하락에 베팅, ‘공매도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지난 3월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저격'하는 등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입니다. 노련한 공매도꾼 차노스의 눈에 테슬라는 과장으로 가득 찬 거품 덩어리였습니다. 그는 “강세장이 아니라면 테슬라는 몇 년 전 사라졌을 회사”라며 “(머스크가) 투자자들에게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차노스는 한때 헤지펀드에 허용된 최대치(자본금의 5%) 자금을 동원할 만큼 테슬라 공매도에 열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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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굿즈 사이트에 ‘짧은 반바지(Short shorts)’를 판다고 공언합니다. 공매도(Short Selling) 투자자를 비꼬는 말이었습니다. 뜬금없는 농담은 아인혼이 트위터로 “머스크가 반바지를 보내왔다”고 인증샷을 올리며 궁금증이 해소됩니다. 머스크는 2019년에도 아인혼을 겨냥 “테슬라 주가 급등으로 큰 손실을 입은 것에 동정을 표한다”고 공격했습니다. 아인혼도 “그린라이트는 투자자에게 실질적 이익을 돌려줬지만, 테슬라는 10년간 내리 적자”라고 반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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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에게 테슬라는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그는 2020년 말 테슬라 공매도를 선언하며 “테슬라 주가가 90% 폭락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습니다. 이듬해 5월 버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5억3400만달러(약 6800억원)에 달하는 테슬라 풋옵션 80만1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합니다. 풋옵션은 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투자하는 파생상품입니다. 투자심리가 흔들리면서 테슬라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습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S3 파트너스는 테슬라를 공매도한 투자업체들이 2020년 한해에만 350억달러(약 44조6000원) 손해를 봤다고 공개합니다. 이 업체는 “손실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헤지펀드들이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습니다. CNN 방송 역시 이를 ‘공매도 대학살’에 비유했습니다. 차노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규모를 줄였으며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패배를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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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언제든 사고를 칠 수 있다는 두려움. 그가 허황되게 떠드는 완전자율주행과 로보택시의 비전을 구체화할 일말의 가능성. 그것이 테슬라 주가를 단숨에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공포는 공매도 세력에게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2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차노스는 "나는 오직 숫자만 볼 뿐"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업 분석에 감정을 배제한다는 뜻입니다.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이끌었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의 조언을 새삼 되새겨 볼 때입니다. "절대 머스크의 반대편에 베팅하지 마십시오"
▶‘테슬람이 간다’는
본 코너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풀어갈 예정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 역시 큰 탐구 대상이다. 신문 지상에서 풀지 못하는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리언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한다. 테슬라에 대한 신뢰가 종교적 수준이란 의미에서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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