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필요합니까?"…'닥터 둠'의 대답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2-05-19 16:50   수정 2022-05-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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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해지자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90원에 육박하며 13년 전 금융위기 수준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원10전 급등한 1277원70전을 기록했다. 고(高)물가와 소비 위축, 기업 실적 악화 등의 우려로 전날 밤 미국 증시가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일단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금융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날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 '2022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연사로 나선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묻는 말에 "불안감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며 입을 열었다. 루비니 교수는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닥터 둠'이란 별명을 지닌 경제학자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은 과거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적으로 크나큰 여파가 있었다"며 "이에 따라 자본 유출에 대해 어느 정도 부담이 있을 수 있고, 실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부채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상당히 튼튼하다"며 "부정적인 금융 여건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통화스와프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을 말한다. 외환보유고가 추가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코로나19 위기 때인 2020년 미국과 각각 300억 달러와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현재는 협정이 종료된 상태다.

루비니 교수는 "과거 통화스와프를 통해 (한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한 효과를 봤다"며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있지만 통화스와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루비니 교수는 그러나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는 만큼 한·미 간 탄탄한 경제협력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다면 필요한 시기에 연준에서 공급하겠다고 협력하겠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한국은 수십 년 간 잘 해왔다"며 "작지만 빈곤국에서 중소득 국가로 바르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식경제와 혁신, 인재에 대한 투자와 개방성, 교역 국가로서의 위상 등 때문에 한국은 구조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경험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한국의 성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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