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존 군사·안보분야에 집중된 양국 동맹 관계에 '기술동맹'의 성격을 더할 계획이라고 밝혀 해당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18일 브리핑에서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그동안 이어져온 (한미) 군사동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동맹'으로 확대됐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의 이번 회담에선 "'기술동맹'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은 기본적으로 참가국 외의 국가엔 배타적 성격을 갖는다. 즉, 한미 간 '기술동맹' 선포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는 반도체·정보통신 등의 분야의 협력 우선순위를 미국으로 특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는 미국·중국 간 패권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등으로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 '경제안보' 분야가 부각되고 있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3~4개 반도체 주요 기업이 전 세계 반도체의 70~80%를 공급한다"며 "반도체 설계는 미국이 최강이고, 제조 공정은 삼성을 포함한 우리 기업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핵심 산업(반도체·배터리·친환경·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등)의 기술동맹 구축에 적극 참여해 미래 신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포함한 바이든 대통령의 20~24일 한일 순방을 계기로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 정부 주도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는 것도 또한 한미 간 '기술동맹' 구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IPEF 창립멤버로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IPEF가 추구하는 △공급망 △디지털 경제·기술 등 분야에서 표준을 정하는 작업을 한미가 함께할 수 있게 됐단 것이다. 민수 공용 기술의 경우 한미 간 안보 분야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측에서 이번 IPEF 출범을 포함한 한미 간 협력 강화 움직임을 자국에 대한 '견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IPEF 가입이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은 연결돼 있고 하이테크 부분에서 기술유출이나 지적재산권 문제, 신통상 분야의 디지털 규범은 우리가 빠진 부분이 있고 이를 국제 규범으로 채워야 한다는 점에서 IPEF는 긍정적"이라면서 "절대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한중 FTA 후속협상이 진행되는데 중요한 것은 경제협력 챕터를 통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정례화된 한중 FTA 운영위가 있기에 양국 관심사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PEF 가입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입국) 8개국이 공개됐다. 중국이 우리에게만 그럴까"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는 상호존중과 당당한 외교다. 약한 고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필리핀도 있고 한데 한국에만 그런다면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나"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건데 너무 민감하게 과잉 반응을 보이는 거 같다"며 "한중 FTA에서도 협력 프레임을 만들자고 했기 때문에 잘 대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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