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세레스 룩셈부르크 우주국(LSA)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룩셈부르크가 선도적으로 우주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데는 정치권의 강력한 지원이 든든한 바탕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룩셈부르크는 2016년 소행성 등 천체에서 수집한 자원의 상업적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우주자원 이니셔티브’를 시행했다. 이듬해엔 민간 사업자들이 우주 개발로 확보한 자원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인 ‘우주자원법’을 제정했다. 이런 법을 마련한 것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자 유럽 최초다.
국토 면적이 서울의 4분의 1에 불과한 소국(小國)인 룩셈부르크는 이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우주 스타트업이 몰려드는 신흥 우주 강국으로 거듭났다. LSA 역시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민간 업체들을 지원하고 국제 협력을 주도하기 위해 2018년 설립됐다. 국내 우주 스타트업인 ‘컨텍’도 룩셈부르크 정부의 투자를 받아 이곳에 지사를 내고 영업하고 있다.
세레스 CEO는 “룩셈부르크는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우주 생태계를 개발하기 위해 순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보다 기술을 상용화할 민간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軍)과 관(官) 위주의 우주 개발에 나선 뒤 장기간에 걸쳐 관련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기존 우주 강국들과는 다른 경로를 택한 것이다. 정부 기관장이지만 CEO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부터 룩셈부르크 우주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세레스 CEO는 민간 업체 출신이다. 위성 커뮤니케이션 안테나 제조업체인 하이텍룩셈부르크의 수석엔지니어였다. 이 경력이 민간 업체들의 성장에 필요한 정부 역할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우주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법적 틀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룩셈부르크는 ‘뉴 스페이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 기관, 전문가 간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한국 등 다른 국가들과 함께 (우주 생태계 조성을 위한) 비전을 펼쳐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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