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개최한 ‘2022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일본의 선례를 검토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에서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에 대해선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악화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은 (미국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며 “특히 장기적인 투자를 억제해 결국 성장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서머스 전 장관은 “앞으로 중국 경제는 1960년대 러시아나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이후 장기 침체에 빠졌다. 일본은 1990년대 거품 경제가 붕괴한 뒤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이 나올 만큼 불황을 겪었고 지금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중국은 코로나19 탈출구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부채 증가와 인구 감소 역시 중국의 난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관련된 어려움은 한국 같은 수출 주도 국가에 더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향후 1~2년간 인플레이션 통제에 따른 가파른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글로벌 경제가 1970년대 상황을 반복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보다 더 높게 올려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중립금리를 연 2.25~2.5% 수준으로 보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현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8% 이상인데 기준금리는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립금리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막는다는 건 환상”이라고 단언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루비니 교수는 “두 자릿수인 미국 및 유럽의 물가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4% 정도”라며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게 다른 나라보다는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조미현/황정환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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