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아 반도체 등 첨단기술 협력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국가인 미국과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 공유와 개발에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알렸다. 경제계에선 한·미의 ‘반도체 동맹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향후 인공지능(AI), 배터리, 원전 등 다른 차세대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두 정상은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로봇 등 모든 첨단 산업의 필수품이자 미래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칩들은 혁신과 디자인, 미세 공정 기술의 총화”라며 “반도체는 우리 경제를 구동하고 현재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과 이로 인한 자국의 자동차 생산 감소 등 문제를 거론하며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공급망 회복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Chip Act)의 의회 통과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급망 정상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국제협력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세계 반도체 기업들을 화상으로 초청해 “다시 (반도체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선언한 회의를 얘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웨이퍼를 손에 쥐고 흔들며 “우리의 경쟁력은 (회의 참석한) 당신들이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국의 반도체 투자를 촉구했다.
또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미국 내 배터리 합작투자를 언급하며 “양국이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깨끗한 환경을 이루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도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 큰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양국 정상은 양국 관계를 첨단 기술을 공유하는 경제안보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기술혁신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양국이 기술 동맹을 통해 경제 안보를 위한 협력을 할 때 양국의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이 역내 평화·안정·번영을 위한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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