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도 손절한 주식이 불기둥을 쏘며 떠나갈 때일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러한 고통을 견디고 있습니다. 최근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한 오 시장은 “아내가 억울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7일 오 시장 "억대 단위 손해를 보고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그와 아내가 보유한 HLB 2만2934주, HLB생명과학 1920주, 신라젠 2057주 등 10억원 상당의 주식을 처분했다는 얘기입니다. 처분 시점은 서울시장 후보 등록일(12일) 직전입니다.
오 시장이 보유주식을 매각한 것은 공직자 백지신탁 규정 때문입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본인과 이해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이 직무 관련성이 있고, 총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2개월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합니다.
손실이 억대에 달하는 이유는 주식을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이 주가가 반 토막 났다고 언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HLB 평균 매입단가가 4~6만원 사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최초 투자액은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연중 내내 2~3만원대에서 횡보하던 HLB는 지난 11일 급등세로 전환했습니다. 2만8900원이었던 주가가 5만900원까지 76% 올랐습니다. HLB가 개발 중인 항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이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밀어올렸습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오 시장은 최소 5억원의 수익을 놓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가가 2만8000원대였던 지난달 말 기준 오 시장의 HLB 평가액은 7억원이었기 때문입니다. HLB가 급등세를 이어간다면 눈앞에서 놓친 수익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 시장이 느끼는 절망감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식을 강제로 팔아치웠기 때문입니다. HLB ‘진성주주’인 오 시장은 직무 관련이 없는 주식을 신탁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 부당하다며 작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당시 오 시장은 "고위공직자가 된다고 당연히 예상되는 재산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일 권익위가 청구를 기각하고, 민주당 후보 측에서 오 시장의 주식 투자를 문제 삼자 결국 손절을 택했습니다.
주식투자에서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오 시장의 케이스가 가장 고통이 심하다고 말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유한 주식이 급락해 큰 손실을 내는 것보다 매도한 주식이 오를 때 투자자들이 가장 큰 좌절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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