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복잡합니다. 완전한 질서나 무질서 상태가 아닌 묘한 세계죠. 확실성, 위험, 불확실성이 마구 섞여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 수많은 기업, 수많은 나라, 수많은 생산요소, 수많은 욕망, 수많은 필요가 엮여 있으니 말이죠.
이런 복잡계에서 투자한다? 쉽지 않을 겁니다. 생각하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결정하려면 머리가 제법 아프죠. 수많은 변수를 알아내는 휴리스틱(heuristic), 즉 ‘발견법’은 우리 눈앞에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때론 어림짐작 혹은 직관으로, 때론 패턴 이해와 분석과 확률로, 때론 칠면조(추수감사절에 요리되는 걸 모르고 먹이를 기다리는)처럼 투자합니다.
지식과 지능이 높은 사람이라고 투자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투자 성공이 지능순이라면, 중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주식 투자로 거의 전 재산을 날리진 않았겠지요? 투자할 때 잘 들여다봐야 할 거시 변수들을 정리해보죠.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률, 금리, 실업률, 무역, 통화정책, 정부 성향을 핵심 변수로 살펴야 합니다. 이런 지표들은 1주일이나 한 달 만에 훅훅 바뀌는 게 아니어서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정부 발표, 신문·방송의 보도, 유튜브 전문가의 해설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는 말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죠.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요. 가장 큰 원인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푸는 데 있습니다. 돈이 많이 풀려 흔해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죠. 갑자기 공급 물량이 부족할 때도 물가는 오르지만, 이것은 곧 해소될 겁니다. 마스크 공급이 부족했을 때 가격이 올랐지만, 곧 생산이 늘어 가격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죠.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도 있습니다. 소비가 안 되고 기업도 투자를 안 하고, 그 결과 경기가 가라앉는다는 의미인데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일 때 투자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경제 성장률도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경제가 성장하느냐, 침체하느냐에 따라 투자할 곳이 바뀌죠. 전체적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면 경제 성장률은 높아질 겁니다. 수출·수입도 원활하게 잘되고 생산성도 향상되는 나라라면 외국 자금이 이 나라에 들어와서 투자하려 할 겁니다.
실업률, 즉 고용 상태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줍니다.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올릴 기회가 줄어든다는 걸 의미하죠. 소득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가계 소비가 줄고, 이것은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위축시킵니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기업들은 수지를 맞추기 위해 가장 먼저 고용을 줄입니다. 그러면 실업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죠. 실업률은 전반적으로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웁니다.
금리만큼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도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 이것은 투자 시장에 특정한 신호를 줍니다. 시장 신호가 긍정적이라면 투자 기회, 부정적이라면 투자 휴식기로 해석됩니다. 개인과 기업의 자금은 금리 등락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잘못된 정부 정책과 잦은 법률 개정도 투자를 위축시킵니다. 정부 정책이 1년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다면 우리는 마음 놓고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주택임대 사업을 독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지한다면 주택을 지어 세놓으려는 사람들이 낭패를 봅니다. 그러면 주택 공급이 줄어들겠지요. A 금융상품을 허용했다가 얼마 뒤 폐지한다면 누가 투자하려 할까요?
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만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검은색 백조,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고 부른답니다. 나심 탈레브 미국 뉴욕대 교수가 만든 말인데요.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 큰 위기를 낳는 현상을 비유할 때 쓰는 용어랍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금융위기, 전쟁 같은 것이지요. 개인들의 투자 성향(위험 감수형 혹은 안정 지향형)도 핵심 변수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인플레이션, 금리, 경제 성장률의 의미를 찾아보자.
3. 나심 탈레브 교수가 말한 ‘블랙 스완’은 어떤 뜻인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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