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하루하루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192원으로 처음 1만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젠 점심 한 끼도 1만원 이내에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계속 이어갈 전망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석유와 식량 원자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마저 지난 13일부터 밀 수출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밀을 원재료로 하는 빵, 밀가루 가격의 연쇄 '도미노' 인상이 예견되는 이유입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8% 올랐습니다. 지역별로 나눠보면 제주도는 4.7% 상승하며 전국에서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반면에 물가가 가장 적게 오른 곳은 서울(3.3%)입니다.
제주도는 왜 서울보다 가파르게 물가가 올랐을까요. 그 이유는 석유 가격이 똑같이 오르더라도 제주도와 서울의 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석유가격이 반영되는 비중, 즉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있기 때문에 직장인이 출퇴근할 때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제주도는 지하철이 없고 대중교통 사용 환경이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이 직접 자동차를 끌고 출퇴근을 합니다. 석유 가격이 똑같이 오르더라도 제주도 주민이 서울 주민보다 체감하는 정도가 크겠죠. 이에 통계청은 지난 1분기 제주도 지역의 물가를 집계할 때 '석유류' 제품의 가중치를 1000분의 58로 설정했습니다. 반면 서울은 석유류 제품의 가중치가 1000분의 22.6을 차지합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주도는 기름을 옮기고 저장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이 내륙 지역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석유 외에도 제주도 물가가 크게 오른 데에는 정책적 요인도 일부 작용했습니다. 대표적인 항목이 '주차료'입니다. 지난 1분기 제주도의 주차료는 전년 동기 대비 442.3% 급등했습니다. 제주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2020년 2월 12일부터 시행해온 한시적 주차요금 감면 조치를 올해 1월 1일부터 정상화했기 때문입니다.
주차요금의 한시적 감면조치가 시행된 작년 말까지만 해도 공영주차장 요금은 1시간까지 무료였습니다. 하루 종일 주차하더라도 '동' 지역 공영주차장에선 5000원, 읍면 지역 공영주차장에선 4000원이면 됐죠. 2020년 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감면 혜택을 받은 차량은 718만9682대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무료주차 시간이 30분으로 축소됐고, 하루 주차 요금이 동 지역은 1만원, 읍면 지역은 8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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