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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등 주요 제품의 95% 이상을 중국에서 제조해온 애플이 탈(脫) 중국에 속도를 내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애플이 중국의 고강도 도시봉쇄 및 전력난의 후폭풍을 호되게 겪은 데다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어서다. 애플은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中에 절대의존해온 애플 "더 이상은 안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위탁생산업체들에게 중국 외 지역에서 제품 제조를 늘릴 것을 최근 요청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제품의 95.3%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애플에게 매력적인 생산기지였다.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데다 잘 훈련된 인력들도 풍부해서다. 주요 부품 공급업자들 사이에 형성된 긴밀한 네트워크도 중국 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점으로 꼽혔다. 게다가 중국은 애플의 세계 매출 중 2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수요국이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애플은 생산기지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겨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더 빨리 줄여야 한다는 경영판단을 내리게 됐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 등 도시에 고강도 봉쇄를 하면서 공급망 병목 및 생산 차질이 심화했다. 중국 출·입국이 제한되면서 애플 본사는 중국 현지 상황을 직접 관리감독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에는 중국 전력난으로 애플 협력사들이 현지 공장 가동을 멈추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달에 애플은 공급망 병목 등으로 2분기 매출이 최대 80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적으로는 미·중 갈등이 중장기적 문제다.
인도, 베트남 눈여겨보는 애플
애플이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생산기지로 눈독을 들이는 국가는 인도와 베트남이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협력업체들에게 본격적인 대량 생산을 위한 초기 작업을 중국 외 지역에서 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애플이 핵심 생산거점을 중국 외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애플의 탈중국 기조에 가장 큰 혜택을 볼 나라는 인도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인도의 애플 제품 생산 비중이 지난해 3.1%에서 올해 6~7%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만큼 인구가 많으면서 생산비용도 저렴한 나라가 인도기 때문이다. 애플의 세계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 또다른 협력업체 위스트론은 이미 인도에 아이폰 생산공장을 세웠다. 애플은 지난달 인도에서 아이폰13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애플과 협력업체들은 베트남도 주시하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가 이미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제조를 하고 있다는데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중국의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 본사를 둔 애플 협력업체들은 양국의 갈등 때문에 인도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처럼 중국과 대립각을 첨예하게 세우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 중 하나가 베트남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가 애플 제품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1%에서 올해는 1.8%가 될 것으로 봤다.
애플의 탈중국 시도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애플 정도는 돼야 협력사들에게 공급망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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