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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구매할 때는 선물을 한 후에도 당연히 AS 대상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항의했지만 직원은 “최근에 정책이 바뀌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 씨는 “1000만원대가 넘어가는 가방을 자유롭게 AS도 받을 수 없다니 황당했다”며 “AS를 위해 몇 시간 대기를 하고 들어 갔는데 매장에선 ‘나 몰라라’는 식으로 나오는 점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끄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정작 부실한 사후관리서비스를 하고 있어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수선 가능 여부, 비용 등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쓸어담으면서도 AS 등 소비자 정책만큼은 뒷짐을 진 채 홀대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소한 상식적인 수준의 고객 배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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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샤넬은 AS를 요청할 경우 개런티 카드와 인보이스 또는 구매 영수증 등 구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지참해야 수선을 해준다. 다른 국가 샤넬 매장에선 제품만 들고 가면 AS를 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기존에 샤넬은 물건을 판매할 때 AS를 ‘월드 워런티’ 정책에 따라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샤넬 제품을 AS 맡길 경우 정품이 맞다고 확인되면 기간에 상관없이 AS를 해주는 제도다. 샤넬을 판매하는 모든 국가는 이 정책을 따르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만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에서 샤넬코리아만 유일하게 구매자와 AS 요청자가 동일할 경우에만 AS를 해준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것.
오래된 샤넬 가방을 수선하려던 강모 씨(41)도 이같은 정책으로 AS를 받지 못했다. 10년 전 구매한 제품이라 가방 손잡이 부분이 닳아 부분적으로 가죽 수선을 할 참이었다. 산 지 오래돼 수선이 될까 의아하긴 했지만 최근 미국에 거주하는 친구가 현지 매장에서 20년 전 어머니가 구매한 제품을 AS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와 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국내 매장에선 AS를 거부했다. 전산상 구매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강 씨는 “미국 친구 사례를 들어 해외에선 월드 워런티 정책에 따라 AS를 해주는데 왜 국내 매장에선 거부하냐고 항의했지만 샤넬코리아 정책이 바뀌어 수리를 할 수 없다고 답변하더라”며 “전 세계 샤넬 매장 어디에서도 이같은 정책은 없지 않나. 장사가 잘되니 국내시장에서만 콧대 높은 전략을 취하는 것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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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도 “오래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가방이나 중고로 구매한 가방 등의 AS를 거절당했다”는 경험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샤넬코리아 측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직접 구매한 상품만 AS나 품질 보증을 해 줄 의무가 있다”며 “선물 받은 제품의 경우 매장에서 명의 이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안내했다. 사실상 국내 매장에서 구매한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AS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월드 개런티 정책에 대한 안내를 받고 수백만~수천만원대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도 이 변경된 정책은 소급 적용된다.
강화되는 규정뿐 아니라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불친절한 서비스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6개월 전 샤넬 매장에서 핸드백을 구입한 한모 씨(28)는 최근 AS를 받으러 갔다가 상처만 입었다. 구입한 지 얼마 안돼 가죽 실밥이 터져 수선을 요청했지만, 해명을 듣기는커녕 수작업이라 원래 그렇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다.
게다가 매장 직원은 AS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걸리며 비용도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백화점 근처 가까운 명품 수선점을 찾는 편이 낫다는 안내를 했다. 한 씨는 “사설 수선점을 가면 5만~6만원만 주면 수선을 받을 수 있는 데 왜 매장을 찾았냐는 식의 반응이었다”며 “사자마자 문제가 생겼는데 무상 수리를 해주기는커녕 홀대만 당했다. 수백만원짜리 상품을 샀는데 이같은 대접이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AS 갑질’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고질적인 행태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총 4267건에 달했다. 상담 신청 이유로는 품질에 대한 불만이 2695건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AS 불만도 497건에 달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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