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감염병인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유럽, 북미, 중동 등 여러 나라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고위급 고문은 "원숭이두창 확산이 유럽에서 열린 두 차례 대규모 광란의 파티에서 발생한 우연한 사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데이비드 헤이만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헤이만 교수는 "최근 선진국 원숭이두창 감염 확산은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개최된 두 차례 광란의 파티(레이브)에서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 간 성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현재 유력한 가설"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아프리카 밖으로 널리 퍼진 적이 없는 원숭이두창은 감염자의 병변에 밀접 접촉했을 때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 접촉이 전이를 증폭한 것 같다는 게 헤이만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감염된 사람이 생식기나 손 등에 병변을 일으킨 뒤 성적 접촉 등 물리적으로 밀접한 접촉이 있을 때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국제 행사가 열려서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로 퍼지는 씨앗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백신이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와는 다르다. 널리 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원숭이두창 확산을 초래한 것이 성관계 자체인지 아니면 성관계와 관련된 밀접 접촉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WH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 영국 내 20건을 포함해 일부 유럽 국가, 미국,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에서 92건의 감염 사례와 28건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 집계에서 원숭이두창이 엔데믹으로 간주하는 아프리카 11개국은 제외됐다.
한편, 스페인 마드리드 고위 보건 담당자는 이날 지금까지 30건 이상의 원숭이두창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스페인 당국은 최근 카나리아 제도에서 약 8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게이 퍼레이드와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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