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DC "원숭이두창 동성간 성접촉으로 확산"

입력 2022-05-24 17:20   수정 2022-05-25 00:19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이 발병 약 20일 만에 18개국으로 확산하면서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우려를 낳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성적 접촉을 통해 감염병 확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방역당국은 조만간 국내에도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방역체계 구축에 나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 원숭이두창이 동성 간 성접촉으로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 자체가 성병은 아니지만 성관계, 신체 접촉, 공동 침구 사용 등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니퍼 매퀴스턴 CDC 부국장은 “감염 시 발진이 첫 증상으로 나타난다”며 “발진이 나타날 때가 전염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호흡기 비말로도 전파가 가능하지만 장기간 대면 접촉이 일어난 경우가 아니면 감염 가능성이 작다고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사람과 반려동물 간 전파 가능성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주목할 점은 확산 속도다. 비영리 감염병 연구기관인 글로벌닷헬스에 따르면 아프리카를 제외한 대륙에서 23일에만 확진자 62명이 새로 나왔다. 지난 6일 영국에서 첫 환자가 나온 이후 누적 감염자는 171명이다. 스페인, 캐나다 등 5개국에서 감염 의심 사례도 87건이 나왔다. 데이비드 헤이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스페인, 벨기에 등에서 열린 대규모 파티에서 성적 접촉으로 감염이 시작됐을 것”이라며 “이후 국제 행사를 통해 미국, 유럽 등으로 전파됐다”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은 1950년대 실험용 아프리카 원숭이에서 발견됐다가 1980년 박멸된 질환이다. 사람두창(천연두)처럼 온몸에 수포가 나타나고 발열, 두통 등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2~4주면 회복되지만 치사율이 1~10%에 이른다.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비교적 낮은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달 들어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 아시아, 호주 등에서 대륙 간 전파가 확인됐다. 감염 재생산지수(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비율)는 1을 넘지 않았다. 전파력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처럼 팬데믹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신종 질병 기술팀장은 “유럽과 북미에서 발병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풍토병으로 자리잡지 않은 국가에선 사람 간 전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두창 백신 3502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다. 동결 건조한 방식이어서 보존 기간도 길다. 사람두창과 원숭이두창이 서로 같은 과에 속하기 때문에 백신은 서로 85% 효과가 있다. 이상원 질병관리청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원숭이두창에 노출된 이후 보통 4일 이내 노출자에 한해 접종 시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두창 종식 전인 1979년까지 두창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귀국 후 3주 이내 38도 이상 발열, 오한, 두통, 림프절부종, 수포성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이 단장은 “발생 국가를 방문하고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입국 시 발열 체크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주현/김정은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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