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특이할 만한 점은 국정 최고 책임자가 노동개혁을 공언했음에도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해 그 흔한 성명 한 줄 내지 않았다. 경제단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차등적용 필요성만 주장해도 비판 성명을 내 온 양대 노총이지만 지금까지도 대통령의 노동개혁 발언에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다. 경영계도 마찬가지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5년간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해 왔으면서도 정작 대통령의 노동개혁 발언에는 형식적인 지지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개혁 일성은 왜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대통령이 직접 개혁을 주창했지만 액션플랜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선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컸던 만큼 아직 정책 방향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관망 모드라는 얘기다.
물론 법 개정이 필수적인 개혁 과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쉽지 않다. 집권 초기 민감한 이슈를 강행해 야당과 노동계를 자극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2년 후 법을 바꾸겠다는 약속에는 ‘물음표’가 달리는 것은 물론 공허하기까지 하다.
개혁에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래야 준비가 되고 예측이 가능해진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사회적 대화라는 ‘지렛대’도 있어야 한다. 때마침 노동계를 설득할 적임자라 할 만한 고용노동정책 수장도 임명됐다. 2015년 1년 넘게 공들여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놓고도 양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목을 매다 실패한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산업 대전환기에 걸맞은 노동개혁 청사진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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