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는 의장이 된다면 무엇보다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극단적인 여소야대 구도에서 거대 야당 출신인 그가 조금이라도 친정인 민주당에 기운다면 의회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국회법 제10조에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한다고 못 박고 있고, 제20조 2항에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당선되면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중립성과 공정성을 엄격하게 지키라는 취지다.
그러나 시작부터 우려가 적지 않다. 그는 경선 때뿐만 아니라 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제 몸에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 선당후사(先黨後私)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중립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그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 강행 처리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아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에 앞장선 전력도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민주당이 약속을 어기고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여야가 나눠 맡아온 게 관례였다. 법안 처리의 핵심인 두 자리 모두 특정 정당이 거머쥔다면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법안의 본회의 상정권을 갖고 있고, 법사위원장은 법안 처리의 최종 길목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올해 6월부터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기기로 합의해 놓고, 야당이 됐다고 이제 와서 휴지조각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할 땐 언제고 이런 뻔뻔함이 어디 있나. 정권은 내줬으나 법안 처리의 핵심 자리들을 독식해 입법 폭주를 지속하겠다는 심산이다. 당장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을 뜻대로 주무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된 국민의힘은 법안 하나도 처리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불균형이 없다. 김 후보가 국회의장이 된다면 이런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차라리 국회의장직을 여당에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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