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의 집값이 고공상승하며 Z세대(1996년~2010년 출생자)의 고통이 가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0년만에 물가상승률도 최대치를 찍으며 생활비 부담이 증대됐다. 보유 자산은 없고 임금 상승률마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 Z세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집값 중위 가격은 39만 1200달러(약 5억원)로 1999년 집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30년 만기)는 5%를 웃돌았다.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치솟은 집값 부담은 Z세대로 전가됐다. 주요 대도시 임대료가 폭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시의 원룸 1개월 임차료는 평균 3420달러(약 432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급등한 것. 샌디에이고(31%), 마이애미(38%), 보스턴(21%) 등도 작년보다 임차료가 급증했다.
집값을 비롯해 생활비 전체가 치솟았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3% 올랐다. 1980년대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를 지속하고 있는 것. 금리 인상 기조로 학자금 대출 금리까지 덩달아 상승하며 Z세대의 부담은 더 커졌다. 에듀케이션 데이터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미국 18~29세 성인 중 학자금 대출받은 비율이 34%였다. 미국 대학생 1인당 학자금 대출 평균 4만 1000달러(약 5180만원) 수준이다.
대학교 졸업 후 취직하는 Z세대에겐 사회생활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펼쳐진 것이다. 이자 비용과 생활비가 늘어났지만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평균 임금은 지난해보다 4.7% 상승했다. Z세대들이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여기는 심리가 팽배해진 이유다.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자 Z세대에겐 생활비가 최대 고민으로 떠올랐다. 23일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발표한 ‘2022년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29%가 생활비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답했다. 진로 등 다른 항목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딜로이트는 2012년부터 매년 2만 2000여명의 MZ세대를 심층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올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46%가 월급 총액을 생활비로 지출한다고 답했다. 상황이 나아질 거란 전망도 약했다. Z세대의 26%는 평생 일해도 은퇴할 수 없을 거라 예견했고, 단 28%만이 앞으로 1년 동안 상황이 개선된다고 예측했다.
다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현재 Z세대가 겪는 고통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부닥친 밀레니얼 세대(1980년~1995년 출생자)와 2000년 닷컴버블을 거친 X세대 등 모두 사회초년생 시절 불황을 겪었다. 앞선 불황과 현재가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브렛 라이언 도이치방크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활동이 둔화할 순 있어도 극심한 불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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