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형사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세메스 전 직원 A씨(46) 등 7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이들을 도운 세메스 전 연구원 2명과 A씨가 범행을 위해 설립한 C 회사를 불구속기소 했다.
세메스에서 10년 이상 연구원 등으로 근무한 A씨 등은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부정하게 빼낸 세메스의 기술정보로 동일한 사양의 반도체 세정 장비 14대를 제작한 뒤, 관련 기술과 함께 중국 업체나 연구소 등에 팔아넘겨 약 710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세메스에서 퇴직해 C 회사를 차린 다음 퇴사 시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거나 협력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기술 정보가 담긴 부품 자체를 받는 수법으로 설계도면, 부품 리스트, 약액 배관 정보, 작업표준서,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기술을 빼냈다.
이들이 유출한 반도체 세정장비는 세메스의 독보적 기술로 만들어진 주력 제품으로, 반도체 기판에 패턴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다.
황산이 포함된 고온의 액채로 세정하는 장비, 이송 로봇의 팔을 2개에서 4개로 늘려 세정 속도를 높이는 장비가 대표적인데 이 같은 장비의 기술 정보를 집중적으로 유출해 형상과 치수가 사실상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세메스는 기술 개발 연구비 등으로 2188억원을 투자했으며 기술 유출에 다른 경쟁력 저하로 거래처 수주가 10%만 감소해도 연간 40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씨 등은 세메스 근무 이력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중국 업체 등의 투자로 천안에 공장을 설립해 장비를 만들어냈다. 또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관련 기술을 모두 이전하고 그 대가로 합작법인 지분 20%를 취득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첩보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하드디스크 및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세메스는 개발 인력 전직을 금지하는 약정까지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높은 보안으로 도면 훔치기나 인력 빼가기가 어려워지자 이번에 새로운 수법이 동원됐다. 부품 협력사들과 접촉해 공정 전체를 통째로 복사하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 유출 시도는 국가적 손실을 불러오는 만큼 업계에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반도체 왕국 재건을 꿈꾸는 일본,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를 보유한 대만은 각자의 원천 반도체 기술을 지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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