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꼼수는 한전과 함께 발전사 동반 부실화란 부작용을 불러올 게 뻔하다. 더욱이 올려야 할 가격을 올리지 않은 데 따른 경제 주체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유국인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저렴하다. OECD 평균의 절반이고 미국의 79%, 프랑스의 51%, 일본의 40%, 독일의 31% 수준이다. 산업용 요금은 OEDC 평균의 85% 수준이다. 선진국들은 지난해부터 연료비 급등에 맞춰 스페인은 87%, 영국 54%, 일본은 35%가량 요금을 올려 전기요금을 현실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치 논리를 앞세워 지난 1년간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 이처럼 낮은 전기요금은 필연적으로 과소비를 부추긴다. IEA가 2020년 OECD 회원 38개국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1만1082㎾h로 전체 8위였다. OECD 평균보다 1.4배, 세계 평균보다는 3.4배 높은 수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를 ‘물 쓰듯’ 하는 이유다. 일본(-1.8%), 독일(-0.3%), 미국(-0.02%) 등 선진국 전력 소비는 2010~2019년 점진적인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한국은 연평균 2%씩 늘어난 배경이기도 하다. 고유가 시대에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적정 수준의 인상은 국민과 기업에 에너지 절약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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