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美·日 회담 직후 北·中·러 도발…냉전 아닌 열전 상황이다

입력 2022-05-25 17:24   수정 2022-05-26 08:2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막바지인 어제와 그제, 북한·중국·러시아의 연쇄 도발은 향후 이 지역의 대결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과 일본, 호주, 인도의 정상들이 쿼드(Quad) 회의를 하는 시간에 핵 폭격기를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합동 군사훈련을 단행했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데 맞춰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한·일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쐈다. 이에 맞서 한·미·일도 ‘이에는 이’ 식으로 강력히 맞대응했다. 북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간 대치가 냉전을 넘어 열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다.

북한은 어제 오전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SRBM을 섞어 총 세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ICBM과 SRBM을 동시에 시험 발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을 모두 겨냥해 ‘핵 선제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 폭격기 6대가 쿼드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시간대에 한국과 일본의 ADIZ를 넘나드는 무력 시위를 벌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투기들이 한·일 ADIZ를 침범하는 일들은 종종 있어 왔으나, 미국 대통령이 이 지역에 있는 시기에 자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중·러의 무력 도발에 한·미·일의 대응은 적절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절 볼 수 없었던 힘 있는 맞대응을 보여줬다. 공군의 F-15K 전투기 30여 대가 휴전선 이남에서 평양의 전쟁 지도부를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채 지상 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연합으로 지대지미사일을 실사하는 등 한·미 공동 대응 능력도 발휘했다.

바이든의 동아시아 방문과 한·미·일 연쇄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북·중·러의 도발은 동아시아는 물론 향후 요동칠 세계 질서의 예고편이다. 대중(對中) 배타적 공급망 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아시아판 나토(NATO)’ 격으로 볼 수 있는 쿼드 등 자유 민주 진영의 연대에, 중국과 러시아가 ‘제한 없는’ 파트너십으로 대치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핵 조폭’ 김정은의 북한이 들러붙어 있다. 이런 엄연한 신냉전의 한복판에 대한민국이 서 있는 것이다. 쿼드 플러스 가입으로 국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일 경제 및 안보 협력 격상을 위해 한·일 관계 회복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11년째 끊긴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를 조속히 복원하는 데 외교적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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