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위원장의 생각과 말은 나름대로 진정성을 갖고 있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그는 “민주당이 잘못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하겠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지방선거를 1주일 앞두고 급락하는 당 지지율을 어떻게든 되돌려 보려는 읍소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 586 용퇴, 성비위 척결, 4선 출마 금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새로울 게 없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스스로 국민에게 약속했던 내용들이다. 그런 뻔한 약속을 다시 한 것은 과거 수많은 다짐이 번번이 식언(食言)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선거 후 퇴진한다던 586은 다시 전면에 나섰고, 성비위 사건들은 차일피일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금지나 의원 불체포특권 제한도 유야무야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환골탈태를 다짐한 것은 공당의 책임 있는 리더로서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586그룹과 일부 강경파는 박 위원장의 사과를 ‘철없는 젊은이의 경거망동’쯤으로 치부한다. 일부에선 대놓고 “내부 총질이나 한다”며 문자 폭탄과 피켓 시위로 사퇴 압박을 가하는 게 현실이다.
박 위원장이 누구인가. 2030세대와 여성들의 쓴소리를 듣겠다며 대선 막판 긴급 수혈한 26세 젊은이다. 그의 막판 활약 덕분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낙승으로 예상됐던 대선이 초접전 석패로 마무리됐다는 당내 분석까지 나왔다. 그런 젊은이의 목소리도 수용하지 못하고, 뭉개고 타박하는 게 민주당의 민낯이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왜 그를 영입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급할 때 써먹다가 쓴소리하니 내쫓겠다는 것인가. 오랫동안 정치의 단맛을 즐긴 어른들이 청년 앞에서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망신살이 뻗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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