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도 환율 급등으로 다음 학기 출국을 기다리는 교환학생들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미국인 젠 씨(22)는 달러 강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 의류에 관심이 많아 월 30만 원가량을 쇼핑에 투자하는 그는 “환율이 오른 덕분에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나가지 않는다”며 “덕분에 사고 싶은 옷들을 맘껏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환율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온 멜리사 씨(23)는 보증금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보증금으로 1000만원을 원화로 내고 서울의 한 대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멜리사 씨는 “보증금을 낼 때는 환율이 1달러당 1150원 대로 기억한다”며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가만히 앉아서 돈을 잃었버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26일 현재 환율은 달러당 1264원을 넘는다. 올 연말에 한국을 떠나는 그는 현재와 같은 환율이라면 보증금으로 냈던 약 8700달러가 7800달러로 돌아오게 된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 역시 환율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이 폭등해 예산을 다시 짜는 경우도 생겨났다. 오는 9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대학교 2학년 엄모 씨(22)는 당초 생활비와 기숙사 비용, 여행 경비까지 1000만 원가량을 예산으로 잡았다가 최근 경비 계획을 새로 짜는 중이다. 교환학생을 처음 생각하던 지난해 8월만 하더라도 1150원을 밑돌던 환율은 지난 12일 기준 1290원을 넘나들고 있어서다. 그는 요즘 매일 아침 환율을 확인한다. 달러 ‘매수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다. 엄 씨는 “친구들과 매일 ‘달러 좀 사 놓을걸’ 하면서 푸념한다”고 말했다.
비행기 표 가격도 부담이다. 다음 학기에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김모 씨(21)는 코로나19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3월까지만 하더라도 런던행 편도 비행기 표 가격이 35만원까지 떨어졌으나 지금은 130만원을 상회한다. 그는 “자신은 미리 표를 사놔서 다행”이라며 “한 친구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가는데, 1월까지 100만 원 정도였던 뉴욕행 비행기 티켓 가격이 지금 180만 원 정도로 올랐다”며 “미리 티켓 사놓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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