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2013년 9월 자율주행차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테슬라 관련 다큐멘터리 ‘Elon Musk’s Crash Course’가 지난 20일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74분 분량의 영상엔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의 위험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오토파일럿 주행 첫 사망 사건을 재조명하며 테슬라 전 직원과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인터뷰를 거절했고 자율주행을 얘기했던 과거 동영상으로만 등장합니다.
장밋빛 전망엔 늘 반론이 따릅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기성 언론들은 ‘설익은 자율주행’의 위험성을 누차 지적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옵션인 FSD(Full Self Driving)가 마치 ‘완전자율주행’인 것처럼 소비자가 오해하게 할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머스크의 계속된 말 바꾸기도 비판의 대상입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몇 년 내 자율주행이 완성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그 약속은 계속 뒤로 미뤄졌습니다.
당시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한 회사는 구글이었습니다. 구글은 2009년부터 실험적인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팀은 2016년 12월 웨이모라는 회사로 분사합니다.) 수년간 최고 전문가들을 모았고, 대당 7000달러(약 880만원)가 넘는 값비싼 라이다 센서를 사용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했습니다. 파산의 위협에서 갓 벗어난 테슬라가 ‘IT 공룡’ 구글을 따라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머스크의 선택은 구글식 ‘완전자율주행’ 대신 ‘운전 보조장치’(오토파일럿)이었습니다. 테슬라는 법적인 책임과 기술적 난제를 피하면서, 일반 대중에게 판매 헐 수 있는 자율행차라는 ‘인상’을 심어줄 제품을 개발하려 했습니다(에드워드 니더마이어 《루디크러스》). 머스크는 당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이란 단어보다 오토파일럿이란 단어를 더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테슬라는 2014년 말 2500달러(약 315만원)짜리 ‘테크 패키지’ 옵션의 일부로 오토파일럿을 출시합니다. 반(半)자동주행 및 주차 기능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앞차와 간격이 가까워지면 속도를 줄이거나 정차하는 TACC(Traffic Aware Cruise Control), 차선 유지를 돕는 오토스티어(Autosteer), 자동주차(Autopark) 같은 기능들을 순차적으로 도입합니다. 이 기능들은 대부분 고속도로에서만 통했고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했습니다.
2016년 5월 기어이 사달이 났습니다. 테슬라 전문 블로거 조슈아 브라운이 탄 모델S가 미국 플로리다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던 트레일러와 충돌했습니다. 이 모델S는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 중이었습니다. 브라운은 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자율주행 최초의 사망 사고였습니다.
당시 국내에선 단신 정도로 처리된 뉴스였지만, 미국에선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테슬라와 머스크는 “기술에만 몰두한 채 안전은 뒷전”이라는 윤리적인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머스크의 미숙한 대처도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의 ‘테슬라가 사망 사건을 은폐하려 했나’는 기사에 머스크는 “자동차 사고 사망자가 연간 100만명인데 오토파일럿이 보편화되면 5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되레 큰소리를 칩니다.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였다면 상상도 못 할 대응이었습니다.
이 사고를 조사했던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뜻밖에도 테슬라의 손을 들어줍니다. NHTSA는 2017년 1월 “오토파일럿의 결함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은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오토파일럿 도입 이후 테슬라 차량의 충돌사건 발생 건수가 40% 줄었다”며 사실상 머스크의 주장을 뒷받침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보고서로 인해 언론의 비판은 순식간에 잦아들었습니다. 테슬라의 초기 자율주행 기술이 일종의 ‘면죄부’를 받은 셈입니다.
-> 2편에 계속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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