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파업은 업무방해죄"…헌재, 10년만에 '합헌' 결론

입력 2022-05-26 17:35   수정 2022-05-27 00:35

근로자의 쟁의행위인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현행 형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2012년 헌법소원 제기 후 10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헌재는 26일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등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4 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일부 위헌 의견이 5명으로, 위헌 결정 정족수(6명 이상)에 이르지 못해 합헌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는 “심판 대상 조항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에 한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단체행동권은 집단적 실력 행사로서 위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용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고 거래 질서나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단체행동권 행사 제한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단순 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 제공 의무를 형벌 위협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려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훼손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벌어진 하청 비정규직 근로자 정리해고였다. 비정규직지회 간부 A씨 등은 노동자 18명이 해고 통보를 받자 3회에 걸쳐 휴무일 근로를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업무방해)를 적용해 A씨 등을 기소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뒤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파업에 관한 업무방해죄 해석을 엄격하게 한 판단을 내놓았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 운영에 중대한 혼란이나 손해를 초래하는 때만 위력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므로 전후 사정을 따지라는 내용이었다.

이 판결을 본 A씨 등은 이듬해 형법 314조 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헌재는 10년째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이 사건은 헌재 출범 후 최장기 계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사이 A씨 등은 2011년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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