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상은 인간이 될 지도…동물학대, 강력범죄 시그널? [김성희의 멍냥시대]

입력 2022-05-28 08:00   수정 2022-05-28 08:28


멍냥시대 두 번째는 동물학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물 학대 사건은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단골 이슈입니다.

지난달 제주도에선 두 건의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늘 짚어볼 첫 번째 사건은 3~5살로 추정되는 주홍이 이야기입니다. 주홍이는 4월 13일 입은 노끈으로, 앞발은 뒤로 꺾여 묶여있는 채로 발견됐습니다. 제주도 유기견 보호소인 ‘한림쉼터’에서 보호하고 있던 아이였는데요. 우연히 견사 밖으로 나간 사이 봉변을 당했습니다. 주홍이가 발견된 장소 주변엔 CCTV 조차 없어 피의자가 누군지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주홍이는 구조된 뒤 신속하게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다행히 입 주변에 작은 상처가 난 것 빼고는 뼈와 근육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밥을 먹을 때에도 캔넬에 몸을 반 정도만 걸친 채 완전히 나오지 못할 정도로 두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홍이는 긴급 임시보호처에서 잠시 머물다가 동백이라는 강아지가 있는 두 번째 임보처로 옮겨졌는데요. 웃음을 되찾은 주홍이의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 주홍이에겐 새로운 가족이 생겼습니다. 강아지 친구들도 많고, 마당이 있는 집이라고 하네요.

"주홍아 아픔 다 잊고 행복해야해! 멍냥시대도 응원할게"
“몸이 아파서 묻어주려 했다”는 푸들 견주
두 번째 사건의 아이는 생매장된 채로 발견된 푸들입니다. 주홍이가 발견되고 1주일 뒤인 4월 19일. 제주 내도동 도근천 인근 공터에서 코를 제외한 몸 전체가 땅에 묻힌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인근을 지나던 행인이 ‘우, 우’ 하는 강아지 울음소리를 듣고 발견해 구조했습니다. 당시 구조자는 손으로 흙을 파고 강아지를 구출했는데요. 급하게 물을 구해와서 먹였지만 강아지는 계속 비틀거리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푸들의 몸을 살펴보니 등뼈와 갈비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마른 상태였습니다.

며칠 뒤 피의자 두 명이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견주로 밝혀졌죠. 그는 “강아지가 평소 몸이 아파서 시름시름 앓길래 묻어주려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13일 30대 견주 등 이들 두 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CCTV와 차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동물 학대 정황이 확인됐고, 피의자들이 조사에서 범행을 일부 인정했다고 합니다.

구조된 이 강아지는 제주 동물위생시험소 산하 제주동물보호센터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보호소에서는 푸들이 건강을 찾는대로 새 주인을 찾아줄 계획이라고 하네요.
동물학대는 강력범죄의 전조 현상?
동물 학대 사건에서 주목되는 것은 ‘강력 범죄 시그널’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연관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동물 학대와 강력 범죄는 약자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기 때문인데요.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에 연구에 따르면 동물 학대 경험이 있는 사람의 70%가 적어도 한 건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범죄별로 유형화해보니 살인범 45%, 가정폭력범 36%, 아동 성추행범 30%가 동물학대 경험이 있었는데요. 특히 연쇄살인범 대부분이 동물 학대 전력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쇄살인범 강호순, 유영철이 연쇄 살인을 저지르기에 앞서 다수의 동물 학대를 저질렀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이영학은 개 여섯 마리를 수 차례 때리거나 죽인 전적이 있었습니다. 강호순은 “개를 많이 죽이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강력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학대 사건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죠.
처벌은 어떻게 해야할까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것을 강력하게 처벌하려면 그만큼 촘촘한 법망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26일 31년 만에 확 뜯어 고친 동물보호법이 공포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포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①소유자의 사육·관리 또는 보호 의무를 위반해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학대로 명시 ②민간 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③사육 포기 동물 지자체 인수제도 마련 등입니다. 개정 법률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내년 4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일부 제도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하위법령 공포 후 2년 뒤인 2024년 4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학대로 명시’했다는 점인데요. 소유자가 최소한의 사육공간과 먹이를 제공하지 않아 관리 의무를 위반해 반려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 경우라고 명시했습니다.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마지막 답변자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동탄 길고양이 학대범 강력 처벌 요청’에 대한 답변을 통해 “농식품부 동물복지 전담부서 신설, 31년 만에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 등 동물 학대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고 지난 정부의 동물복지 정책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말 못하는 동물들의 생명을 경시하는 일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멍냥시대는 다음 이 시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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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기자 sung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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