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폭등하는 식품가격…팬데믹·우크라 전쟁 탓 일까?

입력 2022-05-27 18:10   수정 2022-05-27 23:47

전 세계적으로 식품 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폭등하고 있다. 주식인 곡물은 물론 과일, 채소, 식용유, 육류 등 주요 식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국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고, 영국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식량 주권’과 ‘식량 안보’가 선진국의 과제로 등장하고 자국을 위한 공급 물량을 비축하기 시작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인류가 정복했다고 자만한 순간 굶주림은 다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식품 가격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뭘까.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식량 공급망의 불안정성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식량 위기가 촉발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6일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른 《재생(Regenesis)》에 그런 목소리가 담겼다. 환경운동가이자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조지 몽비오는 책을 통해 현재의 식량 부족 사태가 일시적인 공급망 불안에 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구 생태계와 식량 공급 체계의 작은 교란이 오랜 기간 누적돼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식량 생산량은 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증가했고 인구 증가 속도를 넘어섰다. 2021년 세계 밀 수확량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안타까운 사실은 식량 가격은 하락했지만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다. ‘풍요의 시대’에 인류가 다시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몽비오는 이런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며, 현재의 대량생산 방식 농업과 식량 공급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땅을 파헤치고, 울타리를 치고, 숲과 초원을 파괴하고, 야생 동물을 죽이고, 강과 바다를 독살하면서 인간을 먹여 살려야만 하는 지금의 식량 공급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식량 공급 체계는 수십억 개의 상호 작용이 촘촘히 연결된 복잡한 시스템이다. 복잡한 시스템은 자기 조정 능력이 있어 웬만한 문제는 감당해내지만,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같은 문제가 누적되면 결국 과부하가 걸리고 만다. 그리고 특정 지점(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시스템은 붕괴한다.


책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파산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식량 시스템도 곧 붕괴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한다. 더불어 우리 발 아래에 있는 토양의 세계로 안내하며, 더 적은 면적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대담한 방법도 제안한다. 생명체 시스템을 복원하고, 멸종 시대를 재생의 시대로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알려준다.

도넛경제학 이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 영국 녹색당 국회의원 캐럴라인 루커스, 《2050 거주불능 지구》의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 노벨평화상 수상자 그레타 툰베리 등 20명이 넘는 각계 유명 인사가 추천사를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재생》이 얼마나 중요한 책인지 확인할 수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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