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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신흥국 국채가 28년 만에 가장 큰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 금리가 높아져 신흥국 국채의 매력이 퇴색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 기준물인 JP모간 EMBI글로벌다변화(GBI-EM)지수의 수익률은 지난 25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15%를 기록했다. 1994년 이후 수익률이 가장 나빴다.
투자정보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 들어 신흥국 뮤추얼펀드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360억달러(약 45조2000억원)에 이른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신흥국인 중국 채권 시장에서만 지난 3~4월 130억달러(약 16조3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애버딘의 브렛 디멘트 신흥국 채권부문 대표는 “신흥국 시장을 담당한 지난 25년 중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는 고금리를 앞세우던 신흥국 채권의 매력이 이전 같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서는 등 추가적인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자 선진국 채권 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자정보매체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8일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743%다. 지난 6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인 3.142%보다는 낮아졌지만 연초(1월 2일, 1.512%)와 비교하면 여전히 1.2%포인트 이상 높다. 미국에서 돈을 빌려 신흥국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하기에도 불리해졌다.
데이비드 호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리서치 전략가는 “각국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긴축에 나서고 있다”며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은 경제 또는 증시가 파탄날 때까지 긴축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글로벌 저성장이 겹치자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 자산관리사인 아문디의 예를란 시지코프 신흥시장 책임자는 “올해 신흥국 채권 투자는 잘해봐야 본전”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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