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영민 법무법인 세종 베트남사무소 총괄변호사(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정부가 정보기술(IT)과 모바일 등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종은 2017년 호찌민, 2018년 하노이에 각각 사무소를 내고 베트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 변호사 4명, 베트남 변호사 10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포진해 있다. 베트남에선 중형급 로펌으로 평가받는다. 베트남사무소 변호사들은 매년 세종 본사를 방문해 사업 현황과 계획 등을 설명했지만 2020~2021년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진정세와 베트남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 등으로 이동 제약이 풀리면서 최근 3년 만에 본사를 찾았다.
길 변호사는 “리오프닝에 맞춰 2년간 주춤했던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며 “투자 붐이 일었던 시기로 평가받던 2015~2019년 수준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 업무량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부동산, 그중에서도 물류센터 투자다. 이 로펌은 울산항만공사·현대글로비스의 호찌민 복합물류센터와 롯데건설의 롱안성 물류센터 건설, 로지스밸리가 소유한 현지 물류센터 인수 등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길 변호사는 “3~4년 전 한국처럼 물류센터 건설이 잇따르는 가운데 여러 기업과 기관투자가가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 줄 서 있다”며 “캡 레이트(cap rate·자본환원율) 기준으로 보면 물류센터 투자로 평균 연 4~5%, 냉동창고로는 연 7~8%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캡 레이트는 부동산 임대수익에서 각종 경비를 뺀 임대 순이익을 부동산 매입금액으로 나눠 산출한 지표다.
물류센터 투자 열기는 베트남 IT산업의 발전과 이에 따른 e커머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엔 신발, 의류, 휴대폰 제조 등 노동 집약적인 업종과 관련한 생산기지 구축이 투자의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혁신산업 투자가 대세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신한금융그룹이 이달 초 ‘베트남의 쿠팡’으로 불리는 e커머스업체인 티키 지분 1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이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 신경한 호찌민사무소 변호사는 “사세가 기운 전통 제조업체들의 생산공장 부지를 확보해 e커머스나 플랫폼 관련 사업에 맞게 용도를 변경하는 사례도 줄 잇고 있다”고 했다.
세종은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점쳤다. 신 변호사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영세한 제조업체의 경영 환경은 더 나빠질 테고, 다른 국가로 거점을 옮기려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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