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류에 편승한 그의 결정이 양날의 칼과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밀리고 있는 세계 최대 영화관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개인투자자들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AMC의 개인투자자 지분율은 약 80%에 이른다. 영화 관람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올해 그의 경영 역량이 더 큰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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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이 AMC CEO로 취임한 2016년 1월 당시 강력한 경쟁자가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늘어날수록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는 줄어들었다.
애런은 취임 후 유럽 최대 영화관 운영사였던 영국 오데온, 미국 카마이크를 잇달아 인수해 AMC를 세계 최대 영화관 운영사로 키웠다. 그러나 내실은 나빠지고 있었다. 넷플릭스의 세계 유료 가입자 수가 1억6709만 명을 나타낸 2019년, AMC는 연간 순손실 1억4910만달러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듬해인 2020년엔 상상도 못 했던 초대형 위기가 닥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밈 주식 열풍이었다. 지난해 초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게시판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베츠에서 집결했다. 이들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당시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투자가 집중된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2020년 말 18달러대였던 게임스톱 주가는 2021년 1월 말 장중 483달러까지 치솟았다. ‘큰손’들을 굴복시켰다는 승리감에 짭짤한 차익실현까지 맛본 개인들은 ‘제2의 게임스톱’을 찾아 나섰다.
게임스톱처럼 공매도가 몰린 AMC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2021년 초 2달러 수준에 머물던 주가는 그해 6월 2일 장중 70달러를 돌파했다.
애런은 주가 급등을 AMC의 ‘생명줄’로 활용했다. 2021년 6월 AMC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5억8740만달러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주당 매각가격은 50.85달러였다. 그러나 잡음도 났다.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애런을 비롯한 AMC 고위 간부들은 보유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해 구설에 올랐다. 애런은 5300만달러어치 AMC 주식을 팔았다고 지난해 11월 공시했다.
애런은 밈 주식 열풍에 적극적으로 올라타 일단 회사를 살렸다. 하지만 미국의 유명 공매도 투자자인 짐 차노스는 애런의 행동을 파우스트 박사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거래에 비유했다. 차노스는 “애런이 개인투자자들과 가까워지면서 AMC는 그들의 수중에 떨어졌다”며 “군중심리에 기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영화가 OTT와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되는 등 급변한 산업 환경에서 AMC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밈 주식 열풍이 가라앉은 지금 AMC가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면 현재의 주가조차 지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주주였던 중국 다롄완다그룹이 지난해 지분을 매각하면서 실질적인 대주주가 개인투자자들이 된 점도 AMC의 미래에는 부담 요인이다. AMC는 지난 3월 금광업체 하이크로프트마이닝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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