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의 캐디이자 부인인 김유정 씨가 “끊어가. 3온으로 가!”라며 클럽을 뺏어 들었다. 양지호는 부인의 선택을 믿고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에 나섰다. 안전하게 3온을 한 양지호는 파로 홀을 마무리했다. 이날 6언더파 66타를 친 그는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프로 데뷔 14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양지호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박성국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단숨에 따라잡았다. 이날 하루에만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6타를 줄였다.
양지호가 18번홀에 들어섰을 때 뒷조에 있던 박성국(34)과 7언더파 동타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3번 우드로 그린을 바로 공략하려 했다”고 했다. 하지만 유정씨의 판단이 적중했다. 16번홀(파3)까지 공동선두를 달리던 박성국은 17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를 범하며 더블보기로 2타를 잃었다. 18번홀에서 2온을 노리다가 실수가 나왔다면 우승을 담보할 수 없었다.
2008년 데뷔 이후 종전 최고 성적이 이달 초 GS칼텍스 매경오픈 4위였던 양지호는 데뷔 14년, 133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거뒀다. 2012년 일본 2부 투어와 2016년 국내 2부 투어에서 한 차례씩 우승했지만 코리안투어에서는 이번이 첫 우승이다.
양지호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박은신이 지난주 첫 우승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고 어려운 13번홀에서 버디를 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내가 ‘원래 하던 대로 초심으로 가’라고 말해줬고 힘을 얻게 됐다. 항상 도와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정씨는 “오빠 고생했어. 우리 돈 많이 벌자”며 환하게 웃었다. 양지호는 이날 우승으로 상금 1억4000만원을 품에 안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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