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高 졸업생 4분의 1이 '미취업'…일자리 미스매칭 '고졸 채용'으로 풀자

입력 2022-05-29 17:46   수정 2022-05-30 00:52

“18세 때 나는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조차 몰랐다. 기업 경영자로서 조언하자면 고교 시절에 중요한 것은 시험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 직업 활동을 수행할 자질을 갖추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의 중소 금융서비스업체 EOS의 클라우스 엥베르딩 대표는 최근 바덴뷔르템베르크에 있는 니콜라우스키스트너고교를 방문했다. 졸업 예정자를 위한 진로 상담을 해주기 위해서다. 독일의 주요 중견·중소업체가 고등학교 수업에서 비즈니스와 기업 경영 현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직장생활에서 익히면 도움이 될 내용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중학생 때부터 인문계와 실업계로 진로가 나뉘는 독일에서 레알슐레, 하웁트슐레, 베르크레알슐레 등 실업학교(직업계고) 진학자는 60%에 육박한다. 이른 나이부터 현장 실무교육을 강조하는 마이스터 제도를 구축한 독일에선 기업들이 끊임없이 중·고교의 교육 현장과 소통하며 작업 현장과 인력공급 간 미스매치를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매년 실업학교 학생 60여만 명이 제조업체에 취업하고 실업계 학생의 전공과 기업 간 매칭 비율이 90%를 넘는다.

한국에서도 산업현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주요 수단으로 고졸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인재 교육 프로그램의 현실과 산업 현장 실제 수요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직업계고 졸업자 중 23%인 1만8211명이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못한 미취업 상태였다. 지난해 하반기 5인 이상 민간 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이 10만8695명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너무나 많은 인재가 교육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고졸 인재의 취업률이 떨어지고, 산업 현장과의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로는 시대 변화에 적합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 현장에선 직업계고가 제대로 된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여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론 4차 산업혁명 등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 커리큘럼이 유연하게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회장은 “교과 과정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력을 배출한다면 고졸 실업과 학력 인플레이션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졸 인재 수요자인 기업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직업계고에 적극 알리고, 꾸준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재철 강원교육청 장학사는 “최근 로봇·항공, 반려동물, 베이커리 등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면서 직업계고 학생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 수요에 맞춰 직업계고에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등 학사 개편 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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