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석달째…협상 요구 커졌다

입력 2022-05-29 17:39   수정 2022-05-30 00:43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 등에서 종전 여론이 나오기 시작하자 협상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물류 중심지인 리만시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밝혔다. 리만시는 우크라이나 동부로 무기를 수송하고 피란민을 철수시키는 등 철도 허브 역할을 담당해왔다. 리만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강의 교량을 확보해 동부 지역 전역으로 진격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루한스크주에도 총공세가 펼쳐졌다. 루한스크주 최대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와 인근 리시찬스크에서 격전이 벌어졌다. 러시아는 29일 세베로도네츠크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는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이 차지하지 못한 도시 중 가장 큰 곳으로, 이곳을 점령하면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군이 장악했다고 선전할 수 있는 요충지다.

AP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부지역을 점령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연합(EU)의 의지를 꺾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서방 국가들이 양분되기 시작했다. 지난 27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전쟁이 3개월 이상 이어지자 서방 국가들이 종전 시나리오를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투를 중단하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평화파’와 러시아에 대한 혹독한 보복을 강조하는 ‘정의파’가 대립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첨예한 쟁점은 영토다. 러시아군이 지금까지 점령한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 한다는 견해와 러시아 침공 전 영토를 수복해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 평화파는 독일과 프랑스다. 영국을 필두로 폴란드와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은 정의파로 분류된다. 미국은 모호한 입장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평화협상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전쟁 장기화 후유증이 생각보다 깊고 크기 때문이다. 각국은 유류비와 전기요금을 필두로 생활 물가 전반이 급등하면서 민심의 동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이 최근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전비는 각각 54억달러(약 6조8000억원), 17억유로(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

러시아에서도 전쟁 수행과 비상 경제 체제 유지가 곧 한계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군 모병 시 지원자 나이 상한(40세)을 아예 없애는 법을 도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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