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 있는 비료 제조업체 J사는 첫 수출 상담을 위해 최근 KOTRA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KOTRA 홈페이지에서 HS코드(무역거래 품목코드)만 입력하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잠재 바이어를 찾아준다는 것이었다. J사 관계자는 “수출 초보 기업에 가장 필요한 정보는 제품을 살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 명단”이라며 “수일이 소요됐던 작업이 불과 3분 만에 이뤄졌다”고 놀라워했다.
KOTRA는 60년 동안 확보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무역 플랫폼 ‘트라이빅’(TriBIG·사 진)을 앞세워 중소·중견기업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해외시장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기업 사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출 지원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KOTRA는 2019년 6월 디지털 무역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빅데이터 플랫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초 KOTRA는 이 프로젝트가 정착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무역의 디지털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수출 거래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했던 해외 전시회와 대면상담 등이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KOTRA는 지난해 4월 트라이빅 베타서비스를 개시한 뒤 올해 3월 정식 오픈했다. 트라이빅은 △무역투자통계 △국가별 시장정보 △품목별 유망시장 △기업별 맞춤정보 △잠재파트너 정보 등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하는 플랫폼이다. 베타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객사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도 추가로 보완 중이다. 기존 수출금액에 물량정보를 추가해 무역투자통계를 세밀화하고, 고객의 과거 잠재 바이어 리스트를 저장할 수 있는 ‘파트너 장바구니’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카카오톡·SNS 등 외부 플랫폼으로의 공유기능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잠재 바이어를 발굴하려면 시장 조사 등 최소 사흘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트라이빅을 거치면 3분 만에 세계에 있는 잠재 바이어 명단을 열람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으로 구체적인 결과를 얻어내려면 방대하고 정확한 데이터 입력이 필수적이다. KOTRA는 1962년 설립 이후 축적한 무역 지원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83개국, 128개 해외무역관에서 활약하는 주재원들이 수집한 해외시장 정보만 7만6000건에 달한다. 또 30만 건이 넘는 해외 기업 정보와 연 500회에 달하는 상담 정보가 포함돼 있다. 글로벌 수출통계 데이터 10억 건도 입력돼 있다. KOTRA 관계자는 “해외무역관에 상주하는 주재원들이 보유한 모든 정보와 네트워크를 플랫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화장품을 판매하는 국내 중소기업 B사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특정 제품의 수요와 소비자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수출 가격을 예측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트라이빅은 작년 10월 ‘IDC 퓨처 엔터프라이즈 어워드 2021’에서 아시아·태평양 최고의 미래 인텔리전스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글로벌 IT 시장분석·컨설팅 기관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이 주관하는 행사로, 아태 지역 12개국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혁신적인 기업을 선정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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