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민간 주도의 기술혁신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2-05-30 17:18   수정 2022-05-31 00:05

현대 인류의 보편 가치인 자유의 확대가 새 정부 국정 철학의 중심이다.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반(反)지성주의는 확실하게 정리하고, 세계 시민과 함께하는 도약·성장·연대를 추구한다. 이 같은 목표는 과학과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합리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공허한 정치적 구호만 강조하는 정부 주도의 경직되고 진부한 무늬만의 혁신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다양성·창의성이 넘쳐나는 민간이 앞장서고, 시장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설픈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요술방망이 증후군’을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기술은 무엇이나 뚝딱하고 만들어주는 요술방망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도 그런 요술방망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2014년 진화론을 과학 이론으로 인정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분명하게 밝힌 사실이다.

지난 5년 동안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탈원전·신재생 확대가 요술방망이 증후군의 전형적인 결과였다. 성급하고 과도했던 탈원전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뒤늦게 최악의 고지서로 드러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공급망 붕괴와 절박한 기후 위기의 먹구름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과 석탄화력을 포기하고, 기술적으로 미완성인 태양광·풍력을 확대하겠다는 시도는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이제 아무도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데이터의 수집·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절박하게 추구하는 탄소중립도 외면할 수 없다. 아무도 그런 혁신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나 그런 혁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허겁지겁 정해놓은 국정과제를 ‘민간 주도·시장 중심’으로 포장한다고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가시화된 반도체·자동차 분야의 한·미 협력은 인수위가 기획한 것이 아니었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해놓은 방향을 민간과 시장에 무작정 따라가도록 압박하는 구태(舊態)는 반드시 벗어던져야 한다.

실제로 미래 기술의 개발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도전적인 일이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실패의 가능성이 높은 모험적인 혁신을 너그럽게 수용해주는 환경이 필요하다. 물론 새로운 미래를 위한 과감하고 끈질기고 도전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모든 외적 환경을 갖춘 상황에서도 진정한 기술 혁신의 성공 가능성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은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섣부른 ‘미래 전문가’들의 화려한 유혹은 과감하게 물리쳐야 한다. 선무당 수준의 미래 전문가들이 외치는 그린수소 생산, 수소환원제철, 무탄소 전원의 개발은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선무당의 장밋빛 환상으로 국민을 더 이상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기술 혁신은 과학자·발명가들의 창조적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현장의 진짜 전문가 의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진단키트를 이용한 검사·추적··치료의 K방역을 부끄러운 정치방역으로 오염시켜버린 실수는 절대 다시 반복할 수 없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절대 없는 법이다.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익의 혜택을 누리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과 오염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안전하고 깨끗하기만 한 기술은 선무당급 미래 전문가들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미래 기술을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하게 활용하기 위한 기술과 제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맹목적인 이념과 억지 대신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과학과 진실(science and truth)’이 설득력을 발휘하는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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