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할 때 나온 첫 책…빛과 그림자 모두 선물했죠"

입력 2022-05-30 17:36   수정 2022-05-31 00:16

주부 은희경은 1995년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했다. 인생이 180도 뒤집힐 거란 생각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반년이 지날 때까지 “소설 한 편 써달라”는 요청 하나 없자 신인 작가는 애가 탔다. ‘이제 겨울이 오면 새로운 신춘문예 당선자가 나올 텐데…. 그러면 내겐 영영 기회가 없겠다.’ 절박한 마음에 절에 틀어박혀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새의 선물》이다. 이 책은 나온 지 27년 만인 최근 100쇄를 찍었다.

첫 장편소설이 이토록 꾸준한 사랑을 받는 기분은 어떨까. 은 작가는 30일 열린 《새의 선물》 100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책은 제게 멀고도 환한 빛이자, 길고도 희미한 그림자”라고 했다. “이 책 덕분에 작가 생활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사람들이 이 책을 저의 대표작으로 꼽을 때마다 ‘나는 첫 책보다 더 잘 쓸 수 없는 작가인가’라며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새의 선물》은 12세 소녀 진희의 시선으로 가족과 이웃을 관찰하는 성장소설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삶의 진실을 폭로한다. 은 작가는 이 소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문단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이번 개정판을 내면서 1995년 출간 이후 처음으로 《새의 선물》을 1페이지부터 다시 읽고 고쳐 썼다고 했다. 은 작가는 “이야기의 뼈대는 바꾸지 않고 ‘앉은뱅이책상’ 등 1990년대에는 무심하게 썼던 장애나 여성에 대한 비하 표현만 바꿨다”며 “개정 작업을 통해 ‘그때는 이런 말을 함부로 했구나. 지금이라도 고치게 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은희경을 설명해주는 대표 수식어는 ‘젊은 작가’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여전히 ‘올드’하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은 작가는 “저는 스스로를 ‘젊은 작가’라기보다 ‘현재의 작가’ ‘지금의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이야기를 포착하고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작가’가 지금 골몰하고 있는 단어는 ‘몸’이다. 몸을 주제로 하는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몸이라는 건 각 개인이 가진 조건이자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며 “동시에 세상의 평가와 왜곡, 오해의 출발점이면서 인간의 유한함을 성찰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용기에 대한 단편소설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그는 “중견작가가 됐으니 젊은 작가였을 때 역량이 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많이 써보려 한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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