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집단 따돌림으로 생긴 외상이 어른이 돼서도 우울증 등의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2016년 한국인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참여한 18세 이상 성인 4천652명(평균 나이 49.8세)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Psychiatry)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조사 대상 응답자 중 우울증으로 진단된 경우는 216명(4.64%)이었으며,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트라우마와 성인 이후 우울증 발병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들이 겪은 트라우마의 유형은 심리적 외상(59명), 정서적 방치(59명), 신체적 외상(54명), '왕따'(51명), 성폭력(23명) 등이었다.
이중 성인 이후 발병한 우울증과 가장 큰 연관성을 보인 건 '왕따'였다. 연구팀은 다른 청소년이나 청소년 집단으로부터 놀림을 받거나 의도적으로 따돌림을 받은 경우를 왕따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성인이 되어 우울증을 앓을 확률을 비교하면 왕따를 겪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1.8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왕따와 같은 집단 괴롭힘이 확인되는 즉시 필요한 조처를 하고, 다른 동반 트라우마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심리적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조기에 도움을 받아야만 장기간 이어지는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홍진 교수는 "어릴 적 왕따 경험은 쉽사리 잊히지도 않을뿐더러 심한 경우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특히 왕따 피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동료나 윗사람과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쉽게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 자체를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만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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