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가성비甲 '영국판 ZARA'마저 가격 인상

입력 2022-05-31 13:39   수정 2022-06-30 00:02


유럽의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영국의 중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 ‘프리마크’마저 인플레이션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인상한다.

30일(현지시간) 프리마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원가 상승 부담으로 이번 가을부터 일부 제품에 한해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프리마크는 이전에 약속한대로 봄 여름 컬렉션의 가격은 올리지 않았지만, 최근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가을 겨울 제품에 ‘선택적 가격 인상’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가격을 얼마나 올릴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프리마크 모회사 격인 어소시에이티드브리티시푸드(ABF)의 존 베이슨 재무 책임자는 “가격을 올리게 돼 유감이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강해 어쩔 수 없었다”며 “최근 물가 급등으로 생활비가 늘고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져 쇼핑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모두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높아진 에너지 운송 석유 등 비용을 고객에 전가하고 있다. 영국 의류 브랜드 넥스트와 영국 베이커리 그렉스 등 하이스트리트에서 체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 모두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유통 전문가 조난단 멜로는 식료품 연료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쪼그라든 가계 예산은 하이스리트 소매점에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소비자 관심이 코로나에서 생활비 위기로 옮겨졌다”며 “가계 실질 소득이 떨어지고 제품 가격은 오르면서 유통업계는 또 다른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소득이 감소한 소비자들은 프리마크 같은 곳에서 지출도 줄일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1969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첫 매장을 낸 프리마크는 저렴한 가격과 오프라인 판매를 내세워 젊은 고객을 사로잡았다. 오프라인 판매에 치중한 만큼 팬데믹 때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코로나 타격이 컸다.

프리마크는 최근 웹사이트를 개편해 자세한 매장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들이 매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전체 컬렉션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지난해 친환경 패스트패션을 선언하면서 2030년까지 재활용 소재나 지속가능한 소재로 옷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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