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일군 기업을 떠나는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회장(74)은 “떠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시종 웃는 얼굴이었다. 국내 채권추심업체 1위이자 신용정보업계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인 고려신용정보의 창업주인 그는 2일 정식 퇴임한다. 1991년 6월 회사를 설립한 지 31년 만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난 윤 회장은 “앞으로 신용불량자, 탈북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경제·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했다.
출발은 민간 최초 신용조사업체였다. 신용정보업의 일환인 신용조사는 거래 상대의 신용도, 상환 능력 등을 조사하는 게 주 업무다. 지금은 금융 거래의 필수 절차지만 윤 회장이 회사를 창업한 1991년 당시엔 이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
윤 회장은 일찌감치 시장을 포착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그는 1987년 서울에서 은행 공수표, 기업 민원서류 따위를 대신 발급받고 관공서에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용역 사업을 하다가 동명이인의 서류를 잘못 떼는 실수로 벌금을 물었다. 신용조사법 위반이었다. “그때 법을 알았죠. 반년을 공부하고 또 7개월을 관할 경찰청을 쫓아다니면서 우리나라에도 신용조사업이 왜 필요한지 설득한 끝에 처음으로 허가를 받아 회사를 세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윤 회장은 2000년 신용정보협회가 출범했을 때를 꼽았다. 당시 1년 넘게 25개 회사를 일일이 설득해 협회를 세우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후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처벌 강화, 공정한 채권추심을 위한 법 제정, 업계 인식 개선 등을 주도했다. 윤 회장은 “채권추심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 선순환을 위해 꼭 필요한 산업이지만 여전히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업계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윤 회장이 물러나면서 고려신용정보는 2세 경영 체계를 더 확고히 하게 됐다. 현재 대표이사는 윤 회장의 장남이자 지분 8.5%를 보유한 대주주인 윤태훈 사장이 맡고 있다. 2005년 고려신용정보 직원으로 입사한 윤 사장은 2018년 전문경영인인 박종진 전 사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 3월 말 기준 고려신용정보 지분은 최대주주인 윤 회장(15.1%)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48.8%를, 기타 주주들이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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