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의 롯데 광복점 영업 중단은 지방권력의 몽니다

입력 2022-06-01 17:47   수정 2022-06-02 08:29

부산 원도심 핵심 상권에 있는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어제부터 문을 닫았다.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롯데타워 건립이 22년째 표류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아 부산시가 임시 영업 승인을 불허해서다. 백화점이 방역·위생 또는 안전 문제가 아니라, 자치단체와의 갈등으로 영업을 강제 중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부산롯데타워는 부산시 중앙동 옛 부산시청 자리에 107층(428m) 타워동과 쇼핑·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으로, 2000년 건축허가를 받았다. 백화점과 아쿠아 몰, 엔터테인먼트동은 2009년부터 임시 사용승인을 받아 영업해 왔다. 해당 영업 시한이 지난달 31일이었다. 문제의 타워동은 2013년 터파기를 끝으로 지금까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롯데가 수익성을 고려해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 시설을 포함하려 했으나, 특혜 시비와 난개발 우려 등으로 당초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후 2019년 규모를 56층(300m)으로 축소하는 설계 변경을 했는데, 부산시 경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26일 세부 디자인 등을 보완하는 조건으로 승인받았다.

롯데타워 건립이 늦어지고 있는 데 롯데 측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타워동 시공이 미뤄졌으며, 설계안을 변경하는 데도 6년이나 걸렸다. 그러면서 백화점, 아쿠아 몰, 마트 등 상업시설은 임시 영업 승인을 연장해 가며 계속 영업해 왔으니, 실속만 차린다는 비판을 받을 구석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970개 점포에 3000명 가까운 직원의 일자리를 볼모 삼은 부산시의 처사 역시 결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다가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 영업 중단 조치가 내려졌으니, 입점업체와 지역 상공인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일이다. 부산시와 롯데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은 이번 조치가 민간기업에 대한 부산시의 몽니로 보인다는 점이다. 과거 ‘군기잡기’ 방식의 겁박을 연상하게 한다.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기업을 상대로 완장형 횡포를 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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