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美, 사우디 원전 협력으로 '글로벌 전략동맹' 입증하라

입력 2022-06-01 17:46   수정 2022-06-02 08:28

사우디아라비아가 12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입찰참여요청서를 한국에 보내왔다는 보도다. 경쟁국은 프랑스 중국 러시아 3개국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신뢰를 잃었고, 한국의 원전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감안할 때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관건은 미국과의 공조 여부다. 사우디는 현재 이란 핵 개발 견제 목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 모델(APR1400)은 미국 원천 기술을 도입해 개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수출 규제(원자력법 123조)를 풀지 않으면 입찰 자체가 불가능하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한·미 양국 정상은 지난달 말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세계 원전시장을 되찾기 위해 신기술 개발과 수출시장 공동 진출 등에 의기투합했다. 그 첫 사례가 사우디 원전이 될 수 있다. 미국이 규제 완화로 한국에 길을 뚫어주면, 한국은 미국 부품업체 참여를 보장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상생적 협력이 가능하다. 마침 양국 정상이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차원에서 수주 전략을 논의해볼 만하다.

물론 미국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새 정부는 원전 최강국 도약을 110대 국정과제 중 세 번째로 내세울 정도로 원전산업 육성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원전수출전략단 구성과 원전수출거점공단 마련 등 수주에 필요한 조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수주전에 뛰어들 필요도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전 때 프랑스로 결정났다며 장관도, 총리도 포기한 것을 뒤집은 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었다. 사우디 원전 수주는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 진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주 성공으로 원전산업 부활과 원전 10기 수출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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