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생각할 수 없다. 이번에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도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가입했다. 한·미·일 안보 경제 삼각 협력체제가 더욱 중요시되고 시급한 이유다.
그럼에도 양국 관계는 오랜 역사만큼 복잡하게 얽혀 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도자의 자세와 결단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가를 과거사와 민족 감정에만 내맡기지 않는다.
1965년 격렬한 반대 시위를 진압하고 한·일 협정을 맺어 국교를 정상화한 것은 박정희요, 그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은 김대중이다. 1998년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엔 문화 개방이 포함돼 있어 우리가 일본문화에 예속된다고 그때도 반대 시위가 격렬했다. 그러나 한 분은 우리 경제발전의 토대를 세웠고 한 분은 우리 문화가 세계로 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두 분 다 엄청난 반대를 무릅쓴 강행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있었는가를 짐작하게 된다.
위대한 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여론을 오히려 이끌고 가는 자질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도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고 지금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기시다 새 정부 이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번 취임식에 공식 대표단 말고도 대규모 초당적 의원단이 참석했다.
물론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이 놓여 있지만 양국 새 정부가 모두 미래 지향적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어려운 문제들은 좀 미루더라도 우선 쉬운 것부터 실행해 나가야 한다. 김포~하네다 노선을 빨리 회복하고 비자 면제도 복원해 국민 간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한·일 간에는 생각보다 같은 분야끼리 간담회, 자매결연 등 교류가 많다. 학생들의 수학여행도 활발했다. 지금 양국의 국민 감정은 최악이다. 한국의 반일 정서, 일본의 혐한 분위기를 이런 풀뿌리 교류를 통해 누그러뜨려야 한다.
정치인들이 일본을 때리면 인기가 올라간다는 식의 사고도 버려야 한다. 이것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혐한 분위기에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 양국 정치인들이 자숙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국민도 이제 ‘반일=애국’ ‘친일=매국’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영국 어느 교수의 말이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양쪽이 서로 눈독을 들이면서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좋은 패’를 쥐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국제관계에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이 평범하지만 영원한 진리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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