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0년 3분기부터 7분기 연속 최저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0.05%포인트 하락한 0.45%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 대비로는 0.17%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020년 3분기부터 7분기 연속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부실채권 비율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주요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국민은행 0.20% △신한은행 0.26% △하나은행 0.24% △우리은행 0.19% △농협은행 0.23% △SC제일은행 0.18% △씨티은행 0.51% 등으로 집계됐다.
3월 말 기준 부실채권은 총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원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여신 9조2000억원, 가계여신 1조5000억원, 신용카드 채권 1000억원 순이었다.
올해 1분기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000억원 줄었다. 기업여신은 1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000억원 감소했다. 가계여신은 6000억원으로 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정리된 부실채권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잔액을 뜻하는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81.6%로 지난해 말(165.9%) 대비 15.7%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데에는 정부가 2020년 3월 말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2년간 시행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으로 착시 현상이 일어났을 뿐 실질적으로는 잠재 부실에 따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국내외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울러 만기 연장, 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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