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일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사업부 등 DS(반도체)부문 부사장급 임원을 10명 이상 교체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결함과 관련한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데이터 통신, 연산 등을 담당하는 핵심 반도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소모량 등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신임 반도체연구소장엔 송재혁 플래시개발팀장(부사장)을,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엔 남석우 부사장을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남 부사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을 겸직한다. 이번 인사 규모는 2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부사장급 임원만 10여 명이다.
반도체연구소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메모리TD(기술개발)실을 ‘D램 TD실’, ‘플래시 TD실’로 세분화하고 ‘차세대연구실’을 신설했다. 분야별 선행 기술 연구에 방점을 둔 조직 개편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AP인 엑시노스의 수율과 관련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초 갤럭시S22에 엑시노스를 대량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납기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 급기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갤럭시S22엔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탑재됐다.
이 같은 수율 문제는 삼성전자에 부담이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아무리 뛰어난 설계를 해도 이를 구현하는 미세공정 체계가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2030년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부동의 1위는 대만 TSMC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는 TSMC(53%), 2위는 삼성전자(18%)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올 하반기 설계 역량과 미세공정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게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