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역에 있는 프랑스 외교관들이 당분간 외교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방형 외교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 배치돼 있는 프랑스 외교관들이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에 반발하며 이례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외교 인력을 보유한 대표적인 외교활동 중시 국가다. 프랑스 외교부 역사상 20년만에 벌어진 두 번째 파업에 프랑스 외교활동이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마크롱 대통령이 다른 부처에 있는 고위공무원을 외교관으로 기용할 수 있게끔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발 차원이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그동안 프랑스 외교단에 부여해온 특별 지위를 없애 외교부가 소위 '엘리트 부처'라는 인식을 허물겠다"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다양한 커리어의 사람들이 외교관이 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프랑스 외교관들은 향후 외교관 인사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하루아침 사이에 외교관이 될 수는 없다"고 마크롱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비판했다. 미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리대사는 SNS에 "외교단이 없다면 정부가 모든 외교직에 정계 인사를 임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며 "외교활동에는 역량과 연속성,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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